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학기 초 연례행사처럼 맞이하는 것 중 하나가 담임선생님과의 학부모상담입니다. 특히 1학기 초엔 공개수업, 학부모총회에 이어 개별진행되는 학부모상담이 매우 중요하고, 긴장도 되는 행사인데요, 아무래도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또 우리 아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나누는 시간이다보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학부모상담, 대면 vs 비대면 어떤 게 좋을까?
코로나와 함께 2020년부터 대면상담이 중단됐었습니다. 학생도 등교를 제대로 할 수 없을만큼 접촉을 최소화하는 와중에 교사와 학부모가 대면하여 상담할 수는 없는 일이었죠. 그러다가 코로나 이후 등장했던 규제나 조치가 거의 해제된 올해 들어, 1학기부터 대면 상담이 재개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상담을 공지하며 대면상담 / 비대면상담 중 선택하며 신청해달라고 했을 거예요. 비대면상담을 신청하면 미리 조율한 날짜,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주십니다. 대면하기 부담스럽거나, 직장근무 중이라 학교방문이 여의치 않은 경우, 혹은 선호방법에 따라 비대면상담이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대면상담이 좋다, 비대면상담이 좋다, 딱 잘라 말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저는 대면상담을 신청하였는데요, 제 이유는 이랬습니다.
우선, 우리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을 경험하고 조금이나마 익숙해지고 싶었습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하고 아이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실 내에서 책상의 배치를 안다거나, 선생님 책상, 티비, 하다못해 칠판의 생김새를 아는 것이 의미있다 생각했고, 앞 게시판과 뒷 게시판에 어떤 게 있는지, 미술작품 등 수업시간에 만든 결과물들을 선생님께서 어떤 방법으로 교실에 전시를 해주시는지 아는 것도 대화의 폭을 넓혀주니까요. 또한 우리 아이가 책상 서랍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책과 학용품 등은 깨끗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부수적인 이유고, 보다 중요한 이유는 선생님과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은 하이톡으로 필요할 때 선생님께 메세지를 보낼 수도 있고 전화통화도 가능하지만, 대화라는 것이 언어적 소통뿐 아니라 비언어적 소통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이더라도 직접 대면하여 말씀을 나누는 기회가 소중하다 생각했습니다. 또한, 나는 한 번 보고 말 선생님이지만 우리 아이는 매일 만나고 가까이 지내게 되는 매우 중요한 분이 담임선생님이만큼 그 선생님이 어떤 대화방식을 갖고 계신 분인지, 어떤 표정과 어떤 체스처로, 어떤 톤으로 말씀하시는 분이신지 직접 경험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학부모 상담 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까?
보통 1학기 상담 때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한 달도 채 경험하시기 전이기 때문에 주로 학부모가 선생님께 아이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케바케인 것 같아요. 어떤 선생님은 실제로 1학기 때는 그런 관점에서 학부모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시지만, 어떤 선생님은 집에서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학교에서의 아이에 대해 부모님께 알려주시며 그 동안 파악한 아이에 대해 말씀해주시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어느 쪽의 입장에 가까운지를 파악하여 그에 맞게 상담에 임하면 될 텐데요, 저의 아이 선생님의 경우는 교직경력이 꽤 있으셔서인지, 혹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향 때문이신지, 3월 한 달 경험하신 아이에 대해 파악하신 점, 느끼신 점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아마 염두하고 있을 거라 예상하신 부분에 대해 먼저 말씀해주시기도 했고요. 학부모로서 선생님께 무엇보다 질문하고 싶은 건 아무래도 내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지일 텐데요,
1) 저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
2) 저희 아이가 쉬는시간에 주로 뭘 하며 지내나요?
위의 1), 2) 질문 중 어떤 질문이 더 좋은 질문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2번입니다.
1번으로 질문으로 선생님 답은 우선 '잘 지낸다 / 잘 못 지낸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추상적인 질문에 추상적인 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거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가 (특히 초등 저학년 학부모가) 정말 알고 싶은 건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원만하게 생활하는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지,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어려워하는 점은 없는지'일 거예요. 이 부분을 알기 위해서 가장 좋은 질문은 수업시간보다 쉬는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묻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질문을 드리면 선생님은 '쉬는시간에 주로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해요 / 요즘 여자아이들 사이에 만들기 놀이가 한창이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만들기를 해요 / 주로 그림을 그리며 쉬는시간을 보내더라구요' 등의 구체적인 답과 함께 덧붙여서 말씀을 이어가주십니다. 쉬는시간에 어떤 모습을 보이고, 수업시간에는 어떻다, 하는 식으로요.
학부모상담 시간은?
보통 20~30분 간 학부모 상담이 이어집니다. 상담주간에 상담을 신청한 모든 분들과 상담이 이루어져야 하기에 정해진 시간 이상으로 벗어나면 다른 학부모님께 폐가 될 수 있고, 선생님도 너무 힘드시겠죠. ㅠㅠ 때문에, 이번 상담에서 어떤 내용을 꼭 말씀드려야겠다, 어떤 궁금증을 꼭 해소해야겠다, 어떤 점을 꼭 확인해야겠다, 하는 것을 미리 정리하고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마치며 꿀팁 하나
교실에 가면 내 아이 자리를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서랍에는 매일 꺼내보는 학용품이나 교과서, 공책들이 들어있을 텐데요, 상담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아이 서랍안에 손글씨 담긴 작은 쪽지를 남기고 오면 아이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이 되겠죠.^^ (예를 들어, 'OO야, 엄마 선생님이랑 이야기 나누러 왔어. 우리 OO 매일 이렇게 예쁜 교실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구나. 예쁘고 건강하게 잘 지내서 너무 고마워! 가끔 공부가 귀찮을 때도 있겠지만 배움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거야!')
아참, 그리고 요즘 설마 이런 걸로 고민(?)하는 분 안계시겠지만, 얼마 전 지역맘카페에서 비슷한 질문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어요. 절대 절대 선생님께 선물이나 촌지(!)를 드리면 안 됩니다. 옛날 생각하셔서 '아무리 김영란법이 있어도 빈손으로 가기 좀 그렇지 않나...?' 하신다면, 단호하게 안 됩니다. 요즘 선생님들 아.무.것.도. 안 받으시고, 받으시면 큰 일 납니다.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가져가셔도 단호하게 거절하시는 선생님 모습에 오히려 민망해지실 거예요!
우리 아이에 대한 관심과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마음만 가지고 학부모상담 다녀오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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